
이 영화는 같은 이야기가 세번 반복된다
미사일을 요격하는 부대의 군인과 백악관 직원의 시점으로, 갑자기 중대한 회의에 들어가게 된 부보좌관과 작전사령부의 최고 높은 장군의 시점으로, 국방 장관과 대통령의 시점으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데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핵미사일 요격에 실패하는 부분에서는 같은 장면을 세번째 보는건데도 매번 긴장된다
각각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이전 이야기에서 제대로 풀리지 않은 이야기를 알려주고 마지막으로 검은 화면 속에만 있던 대통령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그게 이드리스 엘바라니!
와 너무 기분 좋은 놀라움이었다
영화를 언제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트럼프를 생각나게 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아니면 트럼프를 은유해서 검은 화면으로만 나오는거 라고 생각했는데 이드리스 엘바라니!
심각한 와중에도 대통령을 얼굴로 뽑았나 생각했다
버석버석하고 건조한 분위기에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가 몹시 우아하고 세련되었으면서도 엄청나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정말로 평화롭기 짝이 없던 분위기에서 쏘아진 한발의 핵미사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처음엔 북한이 말 안 하고 시험 미사일을 쏜거라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가벼웠던 분위기가 미국 본토를 노린 미사일이라는걸 알고 난 후 삽시간에 굳어지고 미사일 요격에 실패한 후 데프콘2 상황이 데프콘1로 격상했을 때 그 절망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상황은 영화를 보고 있는 나한테도 피부로 와닿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이런 상황을 모두 겪고 지켜보면서도 자기 할일을 다 하는 사람들인데 그 연기를 정말 다들 너무 잘 했다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백악관 직원은 나만 안전한 벙커로 갈 수 없다는 상사를 진정시켜 작전 회의실로 보내고 책임자로써 현장에 남아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들을 연결한다
그렇게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일을 하면서도 주머니 속 아들의 공룡 장난감을 보고 울컥하는데 그 복잡한 감정이 나한테도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도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 눈물을 닦고 다시 일에 집중하는 멋진 여자다
상사인 제독도 멋졌다
딴 일 때문에 바쁘니까 세상 멸망할 것 같으면 알려줘 하고 서류를 보다가도 상황이 긴박해지자 파악하고 있던 내용을 바탕으로 직원들을 진정시키고 추측이 난무한 직원들에게 우리는 퍼즐을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퍼즐 조각을 찾아 올리는 사람이니 일에 집중하라고 얘기 한다
벙커 회의실에 들어가서도 부보좌관이 러시아 장관과 이야기 할때 옆에서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유능한 사람이다
작전 사령부의 가장 높은 장교로 보이는 장군의 연기도 좋았다
처음 화상회의에 등장 했을 때는 어제 야구 봤냐고 시덥잖은 얘기나 하던 할아버지 였는데 핵미사일이 시카고에 떨어질게 확실해지자 다른 나라의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에 모든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냉철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군의 말은 다 맞는 말이다
이 미사일을 누가, 어떤 의도로 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최악을 가정해야한다, 나도 이번 공격으로 더이상의 공격이 없다고 확신한다면 시카고 시민 천만명의 목숨을 바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안위를 적의 자비에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공격 받은 후에 다른 나라에서 미사일을 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러니 핵이 떨어지기 전에 각 국의 사령부에 선제타격을 해야한다 라는 주장인데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 그러면 안 된다!!
이거 완전 삼국지에서 조조가 오해로 친구 가족 다 죽여놓고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할 순 없다 라고 말한 궤변이랑 똑같다!!
적의 자비에 목숨을 맡길 순 없다고 하지만 원래 인간은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는 우리가 길에서 만나는 사람이 나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밖에 나가는 거고 길에서 만나는 차가 나를 들이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차를 탄다
확신 할 수 없고 짐작 할 수 없는 타인의 속내가 나처럼 선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거다
물론 길을 가다 미친놈에게 칼에 맞아 죽을 수 있는 것 처럼 영화 속 미국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카고의 시민 천만명을 잃게 된 상황이지만 모든 타인이 적이라고 생각하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 처럼 그런 미국의 전세계에 대한 공격은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뿐이다
근데 또 자국민의 생존을 생각하면 그게 가장 나은 결정일 수도 있다는게 무섭다
다 죽이고 나면 적어도 한동안은 미국에 핵미사일을 쏠 수 있는 사람이 없을테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하는 미국의 대통령 역할도 이드리스 엘바가 정말 연기를 잘 했다
케냐에 간 부인과 통화하고 소녀 농구단과 농구를 하던 평화로운 일정 중에 갑자기 경호원에 의해 차에 올라타고 지금 미국이 핵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뭔 대법원장이 사임했을 때는 어째하는 지는 몇번을 들었고, 대법원장이 죽었다 살아나면 어쩌는지 까지 들었는데 이 상황은 그냥 예전에 브리핑 하나 들은게 다라고 어이없어 하는 것도, 그걸 들은 국방장관이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일을 중요하게 여긴거라고 하는데 지금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는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대화였다
일단 시카고 시민 천만명이 죽는게 거의 확정적인 상황에서 적어도 각국의 군인을 셀 수 없이 많이 죽일 것이고, 그로 인해 전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도, 최종적으로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결정을 내려야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했다
그리고 결국 핵미사일이 터졌는지 아닌지 보여주지 않아서 너무 싫었고 너무 좋았다
쿠키영상이라도 나올려나 했는데 쿠키영상은 없었다
근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서 결국 시카고가 핵을 맞은건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이럴꺼 같더라!!! 핵이 시카고에 떨어지는 그 순간 이야기가 끝나고 같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 시점에서 보여주길래 아 이거 아무래도 핵 떨어진 이후 얘기는 안 나오겠다 했는데 진짜 그런 결말이었다
으어어어 속터져!
나는 이런 열린 결말을 싫어하고 이야기에 결말이 없이 발단전개위기절정 까지만 보여주는데다 영화 속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영화를 싫어한다
이런 영화는 영화가 끝났을 때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기분이 드는 영화라 보통 어쩌라고 영화라고 부르는데 이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도 그런 어쩌라고 영화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뛰어나서 그런 감독의 의도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보기를 잘 한 영화가 됐다
감독이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한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열린 결말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핵을 누가 쐈는지 왜 쐈는지 그래서 이 핵을 쏘고 나서 어떻게 되는건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영화는 답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질문하는 영화다
영화 제목처럼 우리는 지구를 몇십번이나 터트리고도 남을 핵폭탄을 깔고 앉은 채 살아가고 있는 다이너마이트로 가득한 집 안의 거주자들이다
그래서 누가 진짜 전쟁을 일으키고 싶었던거든, 미국을 없애버리고 싶었던거는, 실수로 쏜 거든,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쏜 거든, 미친 놈이 미친 짓을 한거든, 인류를 멸망시키고 싶었던거든 그 많은 핵폭탄 중에 하나를 누군가가 쏘면, 그래서 그게 미국에 맞으면 너네는 어쩔꺼냐 라고 물어보는 영화라 영화 보고 나서도 오래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 보고 나서 검색해보다가 안건데 뽀로로 인형을 가지고 있던 전투기 공군이 배치된 나라가 남한인거 같다고 한다
세상에! 그래서 뽀로로 인형이 나온거였어! 영화 내내 몰입하면서도 사실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기분으로 보고 있었는데 내 나라도 포함된 이야기 였던거다!! 소름돋아!
그리고 씨 오브 재팬이 아니다 이 미국놈들아!!!! 씨 오브 이스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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